“사물들이란 달리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반드시 최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코는 안경을 걸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안경을 쓰는 겁니다. 두 다리는 바지를 입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바지를 입는 것이지요. 돌멩이는 다듬어져서 성을 쌓기 위해 그런 모양이 되었고, 그렇기에 영주님은 너무나 아름다운 성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남작은 가장 훌륭한 곳에서 사셔야 하니까요. 돼지는 잡아먹히기 위해 태어났으니 우리는 일 년 내내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선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죠.” / 48쪽

“오, 팡글로스!” 캉디드가 소리쳤다. “이런 끔찍한 일을 당신은 예측하지 못하셨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결국 나는 당신이 말씀하셨던 낙관주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군요.” “낙관주의가 뭔데요?” 카캄보가 말했다. “아아! 그건 나쁠 때도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우기는 광기야.” 캉디드가 말했다. 그는 흑인을 바라보며 펑펑 울면서 수리남에 발을 들여놓았다. / 135쪽

“그렇다면 친애하는 팡글로스 선생님, 선생님께서 교수형을 당할 때, 해부를 당할 때, 매질을 당할 때 그리고 갤리선에서 노를 저을 때, 그때도 여전히 모든 것은 최선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캉디드가 팡글로스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네.” 팡글로스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결국 나는 철학자니까 자기가 한 말을 부인하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고 라이프니츠가 틀린 말을 했을 리도 없으니까 말이야. 특히 예정된 조화는 ‘충만한 진공’과 ‘미세 물질’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개념이기 때문이라네” / 196쪽

“모든 사건들은 가능한 최선의 세상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네. 왜냐하면 결국,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발로 차이고 아름다운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만일 자네가 종교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면, 만일 자네가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니지 않았다면, 칼로 남작을 찌르지 않았다면, 엘도라도 낙원에서 끌고 온 양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여기서 이렇게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 열매를 먹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캉디드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가꾸어야 합니다.” / 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