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철도의 건설은 영국이 해군력으로 유지해 온 유럽 열강 간의 주도권을 흔들 뿐 아니라 인도의 영국 통치에 불안을 주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영러항쟁을 격화시켜 아시아의 기존 권익과 세력지도를 고쳐 쓴다는 의미에서도 국제 정치정세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다만 시베리아 철도가 완성되어도 실은 그로 인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패권이 곧바로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베리아 철도의 종점인 군항 블라디보스토크가 겨울철에는 얼어붙어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러일전쟁 때까지 러시아 함대는 나가사키항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려면 시베리아 철도의 연장선상에 겨울철에도 사용할 수 있는 부동항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목된 것이 조선반도와 랴오둥 반도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시베리아 철도의 착공은 장래에 남하는 지선의 부설과 부동항의 확보를 필연적으로 예기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현실에서도 동청철도와 그 남하선(후에 남만주철도)을 부설하고 청일전쟁 후의 3국 간섭에 따라 일본이 랴오둥반도를 환부하게 했으며, 더 나아가 러시아 자신이 그것을 조차한다는 과정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65~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