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는 내가 7년차였을 때 이미 20년차 이상의 선배들도 꽤 있었다. 그만큼 선배들의 위치가 안정적이었다. 2009년 주명건 회장이 오자마자 “호텔에 누가 죽을 먹으로 오냐”며 팥죽, 호박죽의 재료를 바꿨다. 나이 지긋한 단골손님들은 대번에 맛이 틀렸다며 발걸음을 끊었다. 예전에는 계약농가에서 재료를 직접 가져왔다. 늙은 호박이 산더미처럼 들어오면, 모든 조리사들이 나가서 껍질을 벗겨 냉동실에 보관하며 호박죽을 냈다. 김치도 직접 담았고, 장도 직접 담아 호텔옥상에 항아리들이 즐비했다. 지금은 인원도 21명에서 14명으로 줄었고, 경력직조리사도 7년차가 최고참이고 은하수 출신은 1명이다. 반제품도 들여다 놓는 것 같고, 조미료도 사용하는 것 같다.
제과제빵도 이제 만들지 않고 밖에서 사온다. 주명건 회장은 창업주였던 부친과 경영권을 두고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부친이 만들어온 ‘은하수’ 이미지를 없애고 싶었을 수도 있고, 40년 가까이 이어온 한식조리사들의 조직력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주명건 회장은 ‘은하수’의 명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 우리나라 호텔음식에서, 한식에서 세종호텔 ‘은하수’는 없어졌다. ‘은하수’의 이름을 ‘엘리제’로 바꾸었다고, ‘엘리제’의 전통이 40년이라고 세종호텔은 홍보하고 있지만 거기에 그걸 지킨 사람들은 없다. 사라진 것은 ‘은하수’라는 이름만이 아니다.
_ 세종호텔 한식부페 조리지원팀 한인선(2016.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