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겠죠.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배우가 되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 그건 즉발적인 건데, 모든 종류의 작품은 …… 그렇죠.”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역사에 대해 순간적으로 감흥을 얻어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만드는 거거든요. 성찰의 기회를 짧은 시간에 얻는 거예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반면에 개인의 존재에 대해 사고하는 방법, 타인과 사물, 사건을 분석하는 방법,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 그걸로 가치관, 세계관을 갖도록 만드는 거라면 그건, 교육이죠.” “예,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얻어낼 수 있는 거고, 그건 단계가 있는 거구, 그 효과를 확인하면서 실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술 작품은 그보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경험이죠. 순간이에요. 어떻게 보면 음악이나 연극처럼 시간에 구애받는 예술은 훨씬 즉발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강력한 뭔가가 필요한 거겠죠. 감흥! 예, 그런 걸 거예요. 맞아요, 감흥. 그게 없다면 …… 별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특별한 감흥이 필요한 거예요. 아마도 다른 장르보다 더, 꾸미거나 덧칠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예, 그렇겠죠, 아마도. 알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 그게 아니면, 그게 결여되어 있다면 사람들을 어떤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없을 거예요. 서술이 불가능하니까요. 그렇죠. 감흥! 헌데 사람들은 예술가의 감흥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감흥에 대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 만드는 쪽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그걸 잘못 이해하면 순간적인 감흥으로, 즉발적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그런 것이 창작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건 명백한 오해죠. 즉발적으로 감흥을 받는 건, 수용자죠, 받아들이는 쪽이에요. 만드는 사람들은 아주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발상 따위의 말을 믿는다면 그건 순진한 거예요. 그럴 수 없어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겪은 후겠죠. 그럴 거예요.” “물론 예술가에게도 감흥은 중요해요. 예술가도 자기 작품에서 벗어나면 수용자니까.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 통찰력, 그리고 의지, 소통하려는 의지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제시력! 제시력이에요.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예술가인 거죠. 예, 때때로 우린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을 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모두 예술가가 될 수는 없어요. 소통하려는 의지, 강렬한 욕구를 가진 사람도 있어요. 그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런 의지가 조건이라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지금보다 많을 거예요. 결국, 예술적인 방법으로 …… 제시할 수 있어야죠. 그래요, 예술은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죠. 이 제시의 패턴이 고유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걸로 우리는 어떤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평가를 내려요. 그걸로 …… 그러니까 매듭이 지어지는 거죠, 통찰력과 의지가. 제시력으로.”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 “어떻게 내놓을 것인가 ……” “어떻게 자기 자신을 ……”

_ 송선호, <어떤 동산>,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