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제로섬이다. 수험생들의 부담과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해답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나 요즘은 입시 개편 논의를 사교육계가 주도한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됐다. 수능으로 먹고사는 대형 학원들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날조된 학생부에 기반을 둔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학종 서비스 전문 소규모 학원들은 수능의 문제점을 강조한다. 입시 개선책을 논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다. … 입시의 본령은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게 하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려면 저소득층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정도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에서 교사들이 좀 더 열심히 가르치게 해야 한다. 인재를 양성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입시를 약간 손보는 것으로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교육을 줄이며, 대한민국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이건 사기다.”(경향신문, 오창민)
_ 대학입시는 늘 그렇듯 두 가지 의제로 수렴된다: 수월성과 형평성. 4차 산업혁명과 사회 양극화는 별다른 게 아니고 ‘오늘의 버전’인 셈이다. 위 칼럼은 형평성을 복지로 충족하고, 입시는 수월성에 집중하라 요구한다. 아, 이것이 경향의 논설인가. 논조가 완미하다. 경제로 못풀어 교육이 떠맡은 문제를 경제로 풀라고 하니 난처하다. … 아니다. 그저, 부디, 아무쪼록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는 저 간명함이 성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