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그 후 500년 동안 유럽 전 지역에서는 여러 나라들 사이의 전쟁이 끊이지 않다가, 샤를마뉴라는 이름의 위대한 국왕이 등장했지. 샤를마뉴는 이웃 독일의 영토들을 정복해서 그의 영토로 만들었어. 그는 왕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법률들을 공포했어. 이윽고 그의 왕국이 너무도 강대해지자 기독교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특별 예배를 열고 샤를마뉴를 ‘로마 황제’라고 선포했단다. 로마 제국은 벌써 여러 세기 전에 멸망했잖아?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이냐면, 고대 시대에 로마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샤를마뉴의 새로운 왕국이 유럽의 넓은 지역을 평화롭게 다스려 줄 것이며, 또 샤를마뉴는 기독교도이기 때문에 그의 새로운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었단다. 샤를마뉴가 ‘신성한’ 로마 황제로 알려지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야.”
“네가 1600년에 세계를 여행하는 나그네라고 가정해 볼까? …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너는 가는 곳마다 두 개의 깃발이 있는 것을 보았어. 하나는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가 그려진 깃발이었어. 온 세상에 그 두 가지 깃발이 펄럭거렸어. 스페인과 포르투갈, 눈 덮인 알프스로부터 물에 잠긴 네덜란드의 해변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 지역에서 빨간 십자가와 머리가 둘인 독수리 깃발이 펄럭였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정착지들, 심지어는 필리핀에서도 그 두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어. 가는 곳마다 빨간 십자가와 머리가 둘인 독수리가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지 않는 곳이 없었어! 이 두 깃발을 내건 사람들은 스페인의 펠리페 2세와 신성 로마 제국의 페르디난트 1세였는데 말이야, 그들은 숙질 간이었단다. 삼촌과 조카 사이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