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가입 문제는 한국의 개신교 최대 교파인 장로교를 두 조각으로 분열시켰다. 한국의 장로교는 WCC를 로마 가톨릭 교회와의 일치운동이라고 판단하며 반대하는 예장합동과 WCC 가입에 찬성하는 예장통합으로 분열됐다.”

“존 스토트의 그리스도 중심 영성은 자연스럽게 연합의 태도로 나아간다. 그리스도를 둘러싼 여러 요인들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인 것들에 불과하다. 그리스도 중심성은 곧 그리스도의 한 몸 됨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스토트는 바로 이 연합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로이드존스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리스도라는 중심에 착념하는 스토트와 달리 로이드존스는 교리의 경계에 집착한다(로이드존스는 교리적 순결을 추구하나, 그리스도는 특정 교리에 고착되지 않는다). 그 결과로 WCC와의 연대나 성공회 내의 잔류 문제에 있어서 존 스토트와 로이드존스 간에 선이 그어졌다. 순수를 위해 연합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의 입장을 이상화시키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이드존스는 개신교의 이상과 가톨릭의 현실을 비교하는 불공정한 변론과 비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존 스토트는 양자의 이상과 현실을 모두 고려한다. [또 다른 그리스도 중심 영성가인 본회퍼와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매개자로 서 계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안을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중심한 스토트의 연합 정신은 한국교회에 필요한 모범이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이다(특히 장로교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연합의 토대를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에서 찾지 않는다면,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중심이 확고하면 경계에 집착한 소모전을 피할 수 있다.”

* 어디선가 읽은 로잔 언약과 쉐퍼에 관한 비망록. “쉐퍼는 ‘언약’의 최종안이 초고와 달라 적잖이 분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