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을 보통의 연대순으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한다. 이것은 헤겔의 구성 전략의 결과인데, 그는 존재와 사유의 前 형이상학적, 그리고 형이상학적 조화에서 시작하여 실체성이나 개체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강조점들 사이의 동요로 나아간 뒤, 독일 관념론과 헤겔 당대의 철학으로 귀결되는 흐름을 따라간다. 이러한 구성 때문에, 몇몇 경우에는 연대상으로는 나중에 살았지만 먼저 고찰된 철학자와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홉스와 로크의 비교가 그것이다.”

<인간의 조건>(1958)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 보다 연대상으로는 앞서지만 뒤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조건>의 문제의식 - “사유하지 않음”, 즉 타인의 고통에 대한 성찰의 부재 - 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완연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