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할 때 아크릴에 익숙해졌어요. 유화는 마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데드라인에 쫓기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거든요. 그에 비해 아크릴은 마르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고, 수채의 특성과 유채의 특성을 모두 구현할 수 있을 만큼 활용 범위가 넓어서 애용해요. 특히 사람 피부를 표현할 때 여러 색을 얇게 여러 번 겹쳐서 그리는데, 이런 표현법에는 건조가 빠른 아크릴이 제격이죠.”

“군대에서 휴가 나와있는 동안 우연히 앵그르의 화보집을 보게 되었는데 한 면 가득히 ‘신격화된 호메로스’라는 작품이 실려있었어요. 호메로스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사람들 수십 명이 등장하는 대형 작업인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마침 제가 당시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모두 읽은 시기여서 자축의 의미와 함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위대한 작가에 대한 오마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정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