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아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즉흥적인 것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결정타는 왼손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중략) 베껴 쓴 텍스트만이 텍스트에 몰두하는 사람의 영혼에 지시를 내린다. 이에 반해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 사람은 텍스트가 원시림을 지나는 길처럼 그 내부에서 펼쳐 보이는 새로운 풍경들을 알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냥 텍스트를 읽는 사람은 몽상의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자아의 움직임을 따라갈 뿐이지만, 텍스트를 베껴쓰는 사람은 텍스트의 풍경들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필경사는 문자문화의 비할 바 없는 보증인이며, 필사, 즉 베껴쓰기는 중국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_ 발터 벤야민(1928), <일방통행로>, 76~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