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되어야 할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테면 이건 교회가 아니다라고 하지 않고 끝내 타락한 교회다라고 하는 이유는, 이건 교육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고 굳이 나쁜 교육이다라고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 체제가 유지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비판적이고 양심적인, 체제에서 내 역할과 ‘지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부정되어야 할 체제에서 비판과 양심보다 심각한 악은 없다. 그것은 여전히 희망이나 개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체제를 미화함으로써 새로운 체제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한국 보수 개신교회가 세계기독교 역사에 유례가 없는 부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박정희식 유토피아 건설의 중추였기 때문이다. 그 교회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전위이자 홍위병으로써 대중의 의식을 결박했다. 그리고 그 교회는 박정희식 유토피아의 교조인 “하면 된다”에 “믿으면 받는다”로 조응하며 근면하고 순응적인 대중을 재생산해냈다. 사교(邪敎)적 면모는 사실 그 교회의 본성일 뿐이다. 우리는 그 교회에서 예수가 아니라 박정희의 귀신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