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되고 1候(5일)가 지나면 복사꽃이, 2候(10일)가 지나면 앵두꽃이, 3候(15일)가 지나면 장미(薔薇)가 피며, 춘분에 이르러 1후가 지나면 해당화, 3候가 지나면 목련이 핀다. 이렇게 차례차례 갖가지 꽃나무들이 요란스레 아름다움을 다툴 때가 되면 장안성의 봄은 날로 무르익어, 향기로운 꽃내음이 동·서 두 대로 110坊의 하늘에 가득 차고, 위수(渭水)의 물소리도 봄안개에 잠기며 종남산(終南山) 기슭에선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부슬부슬 봄비가 연일 내리는 가운데 청명절이 지나면서, 오동나무꽃은 자줏빛 향기를 풍기고 교외의 밭두렁에서는 보리이삭이 파릇파릇 머리를 내민다. 대궐 안 도랑의 버들개지가 어지러이 눈처럼 흩날릴 무렵이 되면 때는 곡우(穀雨)의 절기로 접어들어 봄이 무르익어 가고, 내리비치는 햇살 또한 어느새 조금씩 광휘를 더해가며 하늘빛도 감청색으로 맑아진다. 산교(滻橋)와 파교(灞橋) 두 다리 모퉁이에 서 있는 실처럼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어루만지면서 훈풍이 상쾌하게 불어오면, 모란이 도성 가득한 봄을 독차지하고 꽃의 왕인 양 아름다움을 뽐내며, 성안의 사녀(士女, 선남선녀)들은 집을 비워둔 채 꽃의 자취를 쫓아다니느라 날이 저문다. _ 이시다 미키노스케, <장안의 봄>, 14-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