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뇰 근교의 카페 게르부아에는 저녁마다 한 무리의 화가들이 모이곤 했다. 이 화가 집단의 리더는 에두아르 마네였다. 그는 이 집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확고한 입지를 다진 화가였으며, 30대 초반에는 최첨단 패션을 즐긴 잘생기고 사교성 넘치는 사람으로, 활력과 유머로 주위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마네의 절친한 친구는 에드가 드가였다. 그는 재치로 마네에게 필적할 만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은 불같은 영혼과 날카로운 혀를 공유했으며, 때때로 신랄한 논쟁에 빠져들곤 했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걸걸한 폴 세잔은 멜빵바지를 입고 와서 구석 자리에 침울하게 앉아 있곤 했다. “나는 당신하고는 악수 안 해.” 어느 날 세잔은 자리에 주저앉기 전에 마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드레 동안 씻지 않았거든.” 자아도취가 강하고 굳세 의지의 소유자인 클로드 모네는 다른 사람들보다 교육을 덜 받은 식료품 가겟집 아들이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넉살 좋은 건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로, 우정을 지속하는 동안 모네의 초상화를 열한 점이나 그릴 정도였다. 그 화가 집단에서 도덕적 나침반 구실을 한 사람은 지독하게 정치적이고 충직하며, 원칙적이었던 카미유 피사로 였다. 심지어 가장 성미 고약하고 인간관계를 꺼려했던 세잔조차 피사로를 좋아했는데, 몇 년 후 그는 자신을 ‘피사로의 학생 세잔’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1860년대 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모네는 빈털터리였다. 그가 굶어 죽지 않도록 르누아르가 빵을 가져다준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르누아르의 사정이 더 나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편지를 보내기 위한 우표를 살 돈도 없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미술상은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 _ 말콤 글래드웰, 선대인(역), <다윗과 골리앗>, 21세기북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