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하워드 진(1922~2010)의 생애는 드라마틱하다. 가난한 조선소 노동자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 항공대 490폭격비행단의 폭격수로 베를린·체코·헝가리 상공을 누볐고, 프랑스에서는 네이팜탄까지 투하했다. 전역해서 27세에 공부를 시작해 대학교수가 된 뒤 흑인 인권과 베트남전 반전운동의 상징이 됐다. 백인 지식인으로 차별받는 흑인의 인권을 위해 투옥과 해고를 감수했다.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조지아주의 흑인 여자대학인 스펠먼 대학 교수였던 그는 캠퍼스를 둘러싼 높은 석벽과 철조망의 용도에 의문을 품었다. 구조물이 외부 침입 방지용이 아니라 학생들을 못 나가게 하는 통제 장치라는 불편한 진실이 양심을 깨웠다. 1956년의 일이었다. 차별받는 흑인 여학생들의 편에 서서 싸운 백인의 이름이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가 됐다. 94년에 쓴 자전적 역사 에세이의 제목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였다. 불의를 알면서 편승하면 공범이 된다는 것을 알고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