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애니메이터가 지금도 대중적인 직업은 아니잖아요. 제가 일을 시작했던 30년 전엔 정말로 생소한 업(業)이었죠. 그런데도 일을 하면서 불안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 이게 내가 평생 하고 살 내 업(業)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서 불안은커녕 정말 행복했어요. 3년 정도 국내에서 일하다가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해외 스튜디오로 이직 준비를 했어요. 1989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로 건너가 6년 넘게 일했죠. 그러던 중 스튜디오가 갑자기 문을 닫았어요. 당시가 1995년도였는데, 디즈니의 <뮬란>, 픽사의 <토이스토리>가 나오고 드림웍스가 막 생기기 시작했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황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은 없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월트 디즈니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웬걸? 제가 진짜 월트 디즈니로 입사하게 된 거예요. 어린 날, 제게 꿈과 희망의 세계였던 <피터팬>과 같은 작품을 제작하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터가 된 거죠!”
“미국의 월트 디즈니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일단 규모 면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험의 양이 다른 데다 이것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새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몸으로 체득해 보다 빨리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거든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은 뭐든 열심히 보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점심시간에도 단체로 가까운 뮤지엄에 가거나 전시회를 보러 가죠. 일단 무엇이든 보고 관찰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_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시즌2, 첫 번째 _ 애니메이터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