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곤혹스런 경우는 그 책에서 저자 자신의 사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헌책방에 내다 팔 경우라도 그 페이지는 잘라내는 게 최소한의 예의인데 그것마저 생략하는 아주 바쁜 분들이 있다. “아무개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 들여 쓴 자기 서명본이 헌책방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보는 저자들의 마음은 아프다. 복수를 결심한 사람도 있다. 버나드 쇼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자기 서명본에다 다시 서명을 하여 그것을 내다 판 주인에게 친절하게 우편으로 보냈다. “삼가 다시 드립니다.”(김영하, <랄랄라 하우스>, 74쪽)
_ 어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저자의 서명이 담긴 <주제>를 구입한 일이 떠오른다. 별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