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로운 취향이라는 것이 주로 음식과 미각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섬진강에 봄이 오면 하동의 재첩국과 수박 향이 은은히 번지는 구례의 은어를 접했다. 여름에는 신안의 민어와 흑산도의 홍어, 가을에는 포항의 과메기와 서천의 박대를 즐겼다. 겨울의 영월 곤드레와 수안보 꿩고기, 서귀포의 방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미각의 취향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많은 여행들을 할 동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미각 다음에 생기는 취향은 시각이었다. 봄을 맞은 통영의 동백섬과 여름이 머무는 고성의 화진포 그리고 가을 제주의 비자림과 용머리해안, 겨울 철원의 고석정 등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곳들을 어떤 계절 그리고 어떤 시간에 찾아야 눈앞에 선경(仙境)이 펼쳐지는지 나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소 익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