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 11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부통령 조 바이든은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를 낭독하였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 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 절망에 대해 말해보세요, 당신의 절망을, 그러면 나의 절망을 말해줄게요. /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죠. / 그러는 동안 태양과 맑은 빗방울들은 / 풍경을 가로질러 나아가요, / 넓은 초원과 깊은 나무들을 넘고 / 산과 강을 넘어서. / 그러는 동안 맑고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향해 날아갑니다. /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에 자기를 내맡기고 /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소리쳐요, 격하고 또 뜨겁게 / 세상 만물이 이루는 가족 속에서 / 그대의 자리를 되풀이 알려주며. _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 시집 <꿈 작업>(Dream Work, 1986), 신형철 옮김

소설가 김연수가 이 시의 열세 번째 행을 제목으로 삼은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사람들이 내게 “어떤 시인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짐짓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쉼보르스카나 네루다, 혹은 파울 첼란”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거기까지 듣고도 “그리고요?”라고 또 묻는 사람이 있으면 마지못해 “메리 올리버도 좋아해요…”라고 털어놓았다.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어서. 이럴 땐 누군가를 혼자 소유하고 싶은 이 마음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내가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그녀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니 나만 읽어서는 안 되겠다. 나는 그녀의 시를 번역하고 소설에 인용하고 남들 앞에서 낭독했다. 사람들이 그 시를 좋아하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남몰래 읽은 게 그녀의 산문들이었는데, 이건 오로지 나만의 은밀한 기쁨이었는데, 이제 당신 앞에도 이 기쁨이 놓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마음이 든다. 그냥 안 읽고 지나가기를. 나만 읽기를. 너무나 인간적인 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