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라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를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최근작인 「컨택트」의 개봉소식에 극장을 찾았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로, 원제는 ‘Arrival’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음악인으로서 자신만의 균형감각으로 그 둘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스코어가 전혀 없는 듯해도 배우가 직접 부르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길거리 음악가의 연주 등으로 감독의 음악적 취향을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 좋다. 반면, 절제하면 더 좋을 장면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와 오히려 미장센을 방해하는 작품도 있다.
드니 빌뇌브는 그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감독이다. 「그을린 사랑」 도입부에서 라디오헤드의 곡을 강하게 인식한 관객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컨택트」를 보고 막스 리히터의 곡을 포스팅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_ 한희정, 시요일의 선택, 2017.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