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그을려 타버린 사람들. 중동, 아마도 레바논으로 추정되는 어떤 지역의 허름한 집안, 어린 사내들의 삭발. 아무런 대사없이 라디오 헤드의 ‘You and Whose Army?’가 흐르는 가운데, 막 삭도를 댄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아가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는 아부 타렉이다.

1975년. 마르완은 몇 해 전 고아원에 맡긴 아들을 찾기 위해, 대학 생활을 하던 대도시(아마도 베이루트)를 떠나 남부지역으로 향한다. 마르완은 목에 걸고 다니던 나무 십자가를 풀어 가방에 감춘 채 이슬람계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에서 기독교 민병대와 마주친다. 무차별 총격이 퍼부어지고 버스에 가솔린이 끼얹어져지는 순간 ‘나는 기독교 신자’라고 외쳐 목숨을 건졌으나, 버스가 전소되고 여아까지 총격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기독교 신자인 그가 기독교계 정치인을 암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