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후임 정부에 대해 달랑 10여 페이지짜리 문서만 인계했다고 해서 가십거리가 되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럴 수가 있는가 의심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 있는 종이문서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도 텅텅 비었더라는 후속 기사들을 보고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후임 정부에 인계했다는 그 10페이지라는 것도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 기록관에 넘기고 난 그 나머지가 그것밖에 되지 않았겠구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되었다. 이 사실은 곧 2008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에 넘긴 것이 업무 매뉴얼 552개, 정책백서 77권, 보고서·지시사항·일정일지 5만6970건이 되었다는 사실과 대비가 되었다. MB정부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그런 방대한 양의 문서를 인계받고서도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넘어갈 때와, 다시 진보 정권으로 넘어갈 때에 남긴 청와대 문서의 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새 정부의 인수팀은 이전 정부가 어떤 일을 추진했는지 그 방법이나 과정을 전혀 할 수 없다. 이는 심하게 말하면, 전임 정부가 다음 정부를 위해 당연히 해줘야 할 인수인계 작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거듭 말하지만, 전 정부의 인수인계 자료가 사실상 백지라고 한다면, 정상적인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채 새 정부가 출발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의 통치는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사태는 정부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이만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