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지식의 수입을 중시하는 풍토의 학자들은 대개 고칠 것이 없는 - 즉 여백이 없는 완벽한 지식 - 상품을 수입한다. 한데 그들에게는 수입한 상품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고칠 능력이 없다. 또한 수입한 상품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파산한다. 그래서 수입상은 수입한 상품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경우, 자신의 상품은 세계적인 명품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있지 상품에는 없다는 식으로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명품을 다시 수입해야 한다. 요컨대 수입상은 자신의 수입 상품에 대한 비판을 자신을 파멸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남의 비평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반면 지식 창출 능력을 중시하는 학계에서는 … 비판을 해가 아니라 득이라 생각한다. 신상품을 만들어 낸 제조업자는 항상 자신의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기대한다. 반응이 있어야 기존 상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앞에 언급한 사회학자는 바로 이런 학계에 속한 학자로, 조사방법론이라는 매우 중요한 분야에 이렇게 문제점들이 많으니 그 학문에 인생을 투자할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그런 여유로움은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다.”(이성용, 2003: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