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에서 출발한 정신병리학자 브랑켄부르크는 분열병자를 ‘현상학적 환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브랑켄부르크는 분열병자에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사물과의 모든 관련을 근본적으로 지탱하는 자명성이 의심스럽게 된다.” 그러나 현상학적 환원과 분열병은 다르다. 현상학적 환원은 단지 방법적으로 ‘자명성’을 괄호 안에 넣을 뿐이므로 언제라도 자연적인 자명성의 세계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점에서 다른 것이 아니다. 분열병자가 괴로워하는 것은 이를테면 단독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가라타니 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