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응력 있는 조직은 진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불균형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완전한 균형 상태란 곧 조직의 죽음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적응은 적응 능력을 저해한다. 적응력 있는 조직은 조직 내에서 끊임없이 변이, 긴장, 위기감을 발생시킨다.” _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일본처럼 리더십이 분산된 조직에선 서로 대화하고 실천하는 상호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패전 당시 일본은 국가적으로 상호 작용이 극히 약한 조직이었다. 환경이 격변했음에도 과거의 성공 체험(러·일전쟁과 중·일전쟁)을 진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가치관을 고집하면서 논리성과 합리성을 잃고 정신력에 극단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성공 체험에 대한 ‘과잉 적응’이라고 부른다.”

2.

“근로자는 현장의 직접 체험을 통해 감각적인 지식을 갖게 된다. 이것을 ‘암묵지(暗默知)’라고 한다. 표현하기 힘든 직관이지만 대화하면 개념화가 가능하다. 이것을 매뉴얼로 만들 수 있는 단계에서 암묵지는 형식지(形式知)로 탈바꿈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매뉴얼을 통해 형식지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과정에서 다시 근로자에겐 암묵지가 형성된다. 이 프로세스가 소용돌이처럼 반복되면서(spiral-up) 지식이 창조되는 것이다. 경영자와 근로자의 사이에서 이것을 주도하는 존재가 미들매니저다. 영미식 경영에선 미들매니저를, 가운데에서 혁신을 방해하는 층으로 간주하지만, 일본식 경영에선 반대다.”

“암묵지를 형식화하는 것이 ‘매뉴얼화’다. 일본과 해외 공장이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현장의 지혜를 최대한 매뉴얼로 집대성해 전파하는 것이 열쇠다. 하지만 암묵지를 모두 확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매뉴얼화할 수 없는 높은 질의 암묵지는 그 자체로 전승하고 전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장의 공동 체험과 끝없는 실천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통해 지식을 확산하는 방법, 즉 ‘사람 만들기’밖에 없다. 세계 기업들이 저마다 배우려고 하는 ‘도요타웨이(Toyota-way)’란 ‘매뉴얼 만들기’와 ‘사람 만들기’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면서 상호 작용시키는 것이다. 도요타와 관련된 수많은 책이 나오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도 ‘사람 만들기’를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3.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어떻게 균형 있게 판단하는가의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프로네시스(phronesis)’.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나 현려(賢慮·prudence)로 번역되는데, 공통의 선(善)을 목표로 판단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경영자는 ‘같은 것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 프로세스 한복판에서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 최고의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 아주 높은 질의 암묵지를 요구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리스마와 톱 매니지먼트를 고집하는 것은 변화가 격렬한 요즘 같은 시대엔 통용될 수 없다. 실천적 지혜를 독점해선 안 된다. 조직의 적재적소에 실천적 지혜를 가진 복수의 리더가 존재하는 것이 강한 기업의 성공 비법이다.”

“선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지식을 창조하는 장(場)을 만드는 능력, 본질을 터득하는 능력, 터득한 것을 콘셉트화하는 능력, 콘셉트를 실현하는 능력, 이 모든 실천적 지혜를 전승하고 육성하는 능력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