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이 책은 세렌디피티의 행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우연한 발견들을 우연이 아니게 만드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이 주제입니다. (중략) 인간의 생각이 지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각을 통해 발견해내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발견한 것을 다시 생각을 통해 현실에 구현하는 힘입니다.

14-15. 몇몇 영역에서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은 주어진 문제와 관련해서 쉴 새 없이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그 문제 자체에 대해 질문을 하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그저 주어진 것만을 봅니다. 그런 탓에 주어지지 않은 새로운 것을 볼 수는 없습니다. …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힘 그리고 그렇게 새로이 발견한 것을 현실에 ‘구현’해내는 힘, 이 두 힘은 인간의 지적 문명을 구동하는 힘인 동시에 인간의 생각이 지닌 고유한 본질입니다. 철학자 플라톤이 위대한 까닭은 그가 감각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관념의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고, 프로이트가 놀라운 이유는 의식하지 못하던 영역을 인식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하는 영역들, 예를 들면 10의 마이너스 35승 미터의 세계나 10의 27제곱 미터의 세계까지 탐색하고 들여다보고자 애쓰는 이론과학자나 그렇게 본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시도하는 실험과학자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고 또 그렇게 본 것을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열정,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생각’의 본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