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사상 연구자인 하라 타께시(原武史)의 『다키야마 코뮌 1974: 민주적 집단 교육 공동체는 어떻게 개인을 억압하는 권력이 됐나』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책에서 추억하는 ‘타끼야마(瀧山) 꼬뮌의 모델’이야말로 한국의 진보세력 역시 동시에 꿈꾸었던 교육현장에 방불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정치의 계절’과 ‘사생활주의’ 사이의 경쟁이 ‘사생활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는 일본 전후 사상의 명제에 대해 저자가 표명하는 작은 의구심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타끼야마 꼬뮌은 일상생활 속에 드리운, 야위어가던 정치의 그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릴 때 살던 타끼야마 단지를 재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타끼야마 단지는 1950년대 말부터 일본정부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한 대규모 단지 중 하나였는데 우리로 치면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교외 신도시에 해당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다녔던 타끼야마 단지 제7초등학교를 무대로 “전공투 세대인 교사와 다키야마 단지에 사는 어린이, 제7초등학교를 개혁하려 나선 어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국가권력에서 벗어나 자립해 어린이를 주권자로 삼은 민주적 학교를 만들 목표로 생긴 지역공동체”를 ‘타끼야마 꼬뮌’이라고 칭한다. 우리로 치면 386세대 학부형이 전교조 교사들과 손잡고 급진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이해하면 비슷하겠다.

흥미로운 것은 타끼야마 꼬뮌을 이끈 주축이 어머니들로 구성된 ‘학부모교사협의회’라는 점이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데 그래서인지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달아놓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1970년대는 몇몇 학생이나 지식인 말고도 적지 않은 이들이 사회주의라는 이상을 여전히 믿던 시대라는 점이다. 정치의 계절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이상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타끼야마 단지 주민들 중 상당수가 일본 사회당 혹은 일본 공산당의 지지자였으며 이러한 성향의 ‘어머니’들은 진보적인 교사들과 뜻을 함께했다. 제7초등학교의 어머니들은 “지금 입시학원은 공부가 뒤처진 아이들이 아니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려는 아이들이 공립학교에서 하는 공부로 만족할 수 없어서 가는 곳인 듯합니다. 사회모순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교사의 말에 적극 동의하는 한편 학생 평가방식에 있어 “돈 받고 파는 시험지로 테스트를 해서 무슨 평가를 한다는 겁니까?”라며 학교 측에 따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