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인 부분은 가르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건 가르침이라기보다는 기능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이전되는 게 아닐까. 지적인 것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갈수록 든다. 가르칠 수 없고 단지 충돌할 수 있다. 배움은 불편과 반감을 수반한다.”

“체제는 문제를 지움으로써 유지되며, 그 관습적 방법은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계급 갈등을 지우기 위해 국익을 말하고 노동 착취를 지우기 위해 전체 경제를 말하고 성폭력 사건을 지우기 위해 조직 보위를 말하고 개인의 억압을 지우기 위해 가정의 평화를 말한다.”

“최저임금제는 본디 시장 원리가 아니라 시장 원리가 만들어낸 비인간적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최저임금은 경제적 차원의 문제이기 전에 윤리적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최저임금엔 그 사회의 인간 존엄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반영된다. 시간당 임금이 1만원의 몇곱절은 넘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1만원의 경제 효과를 논박하는 일은 적어도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토론할 때 ‘최저 임금을 받는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들에게 얼마를 주는 게 최선인가’가 아니라 ‘나라면 최소 얼마를 받아야 살 수 있는가’부터 토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