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로는 신이 인간을 평등한 존재로 창조하였음을, 오래 전에 선언하였다. 그러나 인간은 그 선언을 듣고도 그리고 그 선언을 믿는다고 수없이 고백하면서도 현실의 삶 속에서 그 선언을 실현하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차별하고, 그러한 지배와 차별을 견고한 족쇄로 만들어 인간을 물질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물화物化된 세계 속의 물질화된 인간으로 1500년이 넘게 지냈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립하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이 인간에게 낯선 존재로서 보이는 인간 소외의 현실에서 본래적 인간성의 회복을 갈구한다. 그 회복의 원리는 여전히 사랑이다. 우정으로서의 사랑, 연대의 끈으로서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인간의 삶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인간의 삶 안에서 구체적인 실현물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사랑의 공동체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잠재성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그것이 다른 이의 발전의 조건이 되는 공동체일 것이다. 자아실현의 온전성과 자아실현의 자유를 요소로 가지는 사랑의 공동체.”(강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