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미 성숙한 시장이라도 기존 대비 혁신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체 상품이 등장하면 기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현상을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이 등장해서 기존 기업들이 미처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불과 몇 달 또는 몇 년 사이에 기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파괴적 빅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도로안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서 전통적인 GPS 방식 내비게이션 시장을 순식간에 대체시킨 것 역시 대표적인 파괴적 빅뱅 현상이다. 파괴적 빅뱅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기반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신제품 또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경우다. 둘째, 기존 경쟁자 대비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의 가격 경쟁력이 혁신적으로 높아서,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약할지라도 기존 시장에 있던 중요한 불편 요소들을 혁신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경우다. 기존 금융권이 카카오뱅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번에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4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와 5G 속도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 역시 기존 대비 가공할 정도로 높다. 기존 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높은 문턱을 혁신적으로 낮춰서 금융 서비스의 불편 요소 대부분을 제거했다. 이런 의미에서 카카오뱅크가 현재 일으키고 있는 돌풍은 파괴적 빅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박남규)

위기가 선두 기업의 숙명이라면 대비책은 무엇일까? 크리스텐슨 교수의 대답은 “시장 밑바닥으로 다시 내려가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재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시장 아래쪽인 로엔드(low-end)에서 치고 올라오는 위협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 기업들, 특히 하이얼 같은 기업들은 꾸준히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래쪽에서 오는 위협이지요. 대기업들이 알아야 할 것은 시장에서 점점 하이엔드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성장 가능성은 시장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파괴(disruption)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한국과 대만은 정점에 매우 근접해 있고, 동시에 중국과 인도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만보다는 한국 경제가 걱정 됩니다. 제가 대만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명함을 두 장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원래 일하고 있던 직장의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새로 시작한 사업을 위한 명함이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있는 문화이지요. …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성공적인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 설립한 기업입니다. 실리콘 밸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스탠퍼드와 UC버클리가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와 기술을 끌어들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 역시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한국인이 갑자기 기업가 정신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구조적으로 바뀌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들이 서울대로 와서 공부하고 싶게 만든다면, 또 ‘우와, 한국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구나! 여기에 정착해서 기업을 세우자’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지금 한국이 가진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