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주의 국가는 쉽게 말해 전쟁 기구였다. 루이 14세는 전쟁은 군주가 할 수 있는 최고 영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의 치세 절반이 전시였다. 외부의 적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만큼 내부 불만을 효율적으로 잠재우는 수단이 없다. 그렇지만 ‘돈 먹는 하마’인 전쟁에 ‘올인’하다 보면 재정 파탄이 오지 않을 수 없다. 왕조 몰락을 가져온 프랑스혁명의 먼 기원은 사실 루이 14세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 질주하는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돈을 평화적 목적에 쓴다면 경제 사정도 훨씬 개선되고 동아시아 평화에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렇지만 권력 유지·강화에 모든 것을 건 체제에서는 전쟁의 위협과 준비 외에는 다른 전략이 거의 없어 보인다.”(주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