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나 정서를 중요시했어요. 지금은 가사도 없는 하우스 음악,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좋아해요. 단순한 것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음악인데 네가 알아서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느끼라는 음악이에요. 시니컬하죠. 똑같이 춤을 추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는 슬퍼하고 어떤 이는 기뻐해요.

제 성향이 바뀐 건 음악 들을 때 실감해요. 전에는 웅장하게 시작해서 하이라이트가 다시 하이라이트를 낳는 모든 걸 주는 음악을 선호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끝까지 계속 줄 것처럼 안 주는 음악이 좋아요. 다 듣고 나서 “야잇”하며 화가 나서 또 듣는 거예요. (웃음) 근데 그 긴장이 클라이맥스보다 더 미쳐요. 일렉트로니카 음악 중 미니멀이라는 장르는 기본 리듬과 멜로디 하나로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음악을 만들지만 또 누구나 훌륭한 걸 만들진 못해요. 거기에 숙제가 있는 거죠. 누가 침묵할 때 “저 사람은 많은 걸 내면에 안고 있어서 침묵하는 거구나”하는 거랑 “아, 쟤는 말을 하면 깨니까 안 하는구나”는 구별되잖아요. (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