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출간되고 같은 해 구입한, 이동렬 번역의 학원사 ‘한 권의 책’ 시리즈 21권. 앙드레 지드, <좁은 문>. 23년이 흘렀고, 제롬과 알리사는 아팠다. “그 없이 살 수 없으나 함께 살 수도 없다.”

20. 보티에 목사는 내가 나중에 알게 된 분으로서, 온화하고, 용의 주도하고, 동시에 순진하며, 책략에 대해선 속수 무책이고, 악의 앞에선 완전히 무력한 분이었기에 … 그 훌륭한 어른은 아마도 궁지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27. 나는 그녀를 포옹하려고 몸을 굽혔다. 그녀의 얼굴이 눈물에 젖어 있었다. 이 순간이 내 생애를 결정지었다. 나는 아직도 번민하지 않고서는 그 순간을 되새길 수 없다. (중략) 이제 내 인생의 목적은 공포와 악과 생활로부터 이 아이를 보호하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신명을 바치기로 작정했다.

30. 설교의 끝 무렵에 이르러서는 너무도 심한 정신적 긴장 상태에 달해 있었으므로, 예배가 끝나자마자 나는 외사촌 누이를 찾아 보려 하지도 않고 빠져 나왔다. 자랑스럽게, 내 결심(나는 이미 결심했던 것이다)을 벌써부터 시련에 부딪치게 하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녀에게서 곧 멀어짐으로써 그녀에게 더욱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153.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와지기를 바랐던 것은 제롬 때문이었다. 지금 나는 오직 제롬만을 위해 ‘완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완성은 그가 없이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 오, 주님이여! 그것이 당신의 가르치심 가운데 저의 영혼을 가장 당혹케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