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세계 최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워싱턴DC 지하철역에서 벌였던 버스킹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기꺼이 비싼 티켓 값을 내고 연주를 듣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그였지만 그가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공짜로 연주한 45분간 발길을 멈춘 사람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중에 한 명은 세 살짜리 꼬마였다니. 이 정도면 가히 대가의 굴욕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사람들은 음악보다는 음악가의 명성에 더 큰 관심과 환호를 보낼 때가 많다. 허름한 티셔츠에 야구 모자를 눌러쓴 연주자가 사실은 조슈아 벨이고, 그가 연주한 악기가 40억원을 호가하는 명기였단 것을 알았어도 그냥 지나쳤을까?”(민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