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 “자신의 눈을 감고 교회의 눈을 가지고 보려고 하면 경건한 쓰레기가 나온다.” … 아마도 그녀는 신 앞에 늘 흔들리며 늘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아니라, 기구화되고 고착화되어 정해놓은 답 이외에는 그 어떤 것이라도 정죄해버리는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리라. 플래너리 오코너의 이런 태도와 비슷하게 독일의 반나치 신학자요 목사인 본회퍼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우리는 하나님 없이 살아간다(Vor Gott und mit Gott leben wir ohne Gott).”

그는 종교를 거치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본회퍼 목사가 말년에 천착했던 주제는 ‘종교 없는 기독교’(Religionsloses Christentum)였다. ‘무종교적 기독교’라고도 번역될 수 있는 이 말 속에 담긴 ‘종교’라는 단어는 어쩌면 플래너리 오코너가 말했던 ‘경건한 쓰레기’와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교회라는 이름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경건의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자명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잊으며 산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종교가 아니라 진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교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께 이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