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시인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을 나와 데이터 마이닝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시인이다. 그는 재수생 시절 딴짓하기를 좋아해 독서실에서 말글 덩어리들을 쓰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밖에 몰랐던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라고 불릴 만한 덩어리를 뱉어냈다. 이를 남몰래 문예지에 응모한 친형 덕분에 2002년 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시인이 됐다. 그로부터 2년 뒤 김언 시인으로부터 부탁받은 시를 쓰면서 그는 불현듯 ‘나 이거 안 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처음으로 자신을 시인으로 자각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