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 내 안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지요. ‘우리 안의 시인은 스물한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네살에 죽는다.’ 책을 읽다 이런 구절들을 마주할 때면 한없이 씁쓸해집니다. 탁자엔 여행책자 대신 온갖 영수증과 보험 서류들이 쌓여가고, 날마다 거울은 시간에 마모된 낯선 얼굴을 보여주지만,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으니까요.”(안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