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가우스의 표현에 따르면, 야만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두려워 공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용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나(로바체프스키)와 볼리아이는 과감하게 발표했고 사람들의 명시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27. 유클리드 기하학이 만들어졌던 시기는 지구와 우주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것을 대상으로 기하학을 연구했고, 구부러진 평면과 공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구와 우주가 평평한 공간이 아니라고 밝혀진 이후에도 수학자들은 경험적인 면은 배제한 채 여전히 논리와 추상적인 사고만으로 유클리드 공간 내에서만 수학을 연구했습니다.
40-41. B.C. 300년경 유클리드가 그동안의 주요한 수학적 결과들을 집대성하여 《원론 Elements》이라는 책을 냄으로써 기하학이 논리적인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으며 수학의 기초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유클리드 원론은 모두 1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23개의 정의와 5개의 공리와 5개의 공준으로 시작하여 연역적 추론만을 이용하여 465개의 명제를 유도하고 증명해냈습니다.
41. 정의란 ‘개념 또는 용어의 의미를 분명하게 규정짓는 것’을 말합니다. 공리 또는 공준의 뜻은 ‘더 이상 그 정당성을 보일 필요가 없이 당연하다고 인정해야 하는 명제’를 말하는데, 굳이 구별하자면 공리는 모든 학문에 공통적이고 명백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진리를 말합니다. 공준은 어느 학문에서 고유한 기본적인 약속을 말합니다. 유클리드 원론에서 공리는 수학에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공준은 기하학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공리와 공준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공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46. 공리 _ ①동일한 것과 같은 것들은 서로 같다. ②같은 것에 어떤 같은 것을 더하면, 그 전체는 서로 같다. ③같은 것에서 어떤 같은 것을 서로 빼면, 그 나머지는 서로 같다. ④서로 겹치는 둘은 서로 같다. ⑤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47. 공준 _ ①한 점에서 다른 점에 직선을 그을 수 있다. ②선분을 연장하여 하나의 직선을 만들 수 있다. ③한 점을 중심으로 하고, 한 선분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 ④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⑤직선 1과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점 p가 주어졌을 때, 점 p를 지나서 직선 l과 평행인 직선은 단 한 개만 존재한다.
60. 평행선(김남조) _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두려워하고 /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 나는 그를 부르며 / 그는 나를 부르며 / 스스로를 져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 둘이 되어본 적도 없습니다.
77~78. 18세기 사케리라는 학자는 평행선 공준을 부정하며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평행선 공준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부정하여 증명해나가면 분명히 모순점들이 나와서 결국은 평행선 공준이 성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중략)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오히려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새로운 결과들만 계속 나왔습니다. 이것은 아주 획기적인 연구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사케리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케리는 유클리드 기하학만이 절대적인 진리이고 유클리드 체계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결론이라는 신념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자신의 발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79~81. 가우스와 나(로바체프스키), 볼리아이는 사케리의 세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만약 평면이 아닌 구부러진 곡면에서도 이 공리가 성립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끊임없이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평행선 공준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다른 공리ㆍ공준들과는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확립했으며, 이로부터 평행선 공준은 다른 공준들로부터 유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부러진 면의 종류에 따라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 공준을 다음과 같이 수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쌍곡면 위에서는 직선 l과 l위에 있지 않은 점 P가 주어질 때, 점 p를 지나서 직선 ㅣ과 평행한 직선은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가우스, 로바체프스키, 볼리아이) “구면 위에서는 직선 l과 l위에 있지 않은 점 P가 주어질 때, 점 p를 지나서 직선 ㅣ과 평행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리만) … 이렇게 수정된 평행선 공준과 함께 유클리드의 나머지 9개의 공리ㆍ공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모순이 없는 새로운 기하학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쌍곡 기하학, 구면 기하학입니다.
98-100. 어떤 곡면 위에서 두 점간의 최단 거리를 만드는 선을 그 곡면의 측지선이라고 합니다. (중략) 구면에서 측지선은 바로 이런 대원의 일부입니다. 즉 구 위에 두 점이 있을 때 그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은 대원에서 짧은 쪽을 말합니다.
140. 점 p를 지나는 곡선 중에서 곡률(= 접선이 이루는 각 / 두 점 사이 곡선의 길이)이 가장 큰 곡선 l의 곡률을 a하고, 곡류이 가장 작은 곡선 m의 곡률을 b라고 하면, 두 곡률의 평균을 점 p에서의 평균곡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곡률 a와 최소곡률 b의 곱을 전곡률 또는 가우스곡률이라고 합니다. … 곡면에서 곡률이라 하면 보통 전곡률을 의미하므로 우리는 그냥 곡률이라 부르겠습니다.
143. 농구공은 구면이고, 럭비공은 완벽하게 타원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원면과 비슷합니다. 둘 다 모두 그 면이 밖으로 볼록한 모양이므로 어느 점에서 곡선을 그리더라도 모두 밖으로 볼록하게 그려집니다. 따라서 최대곡률도 양수이고 최소곡률도 양수가 되어 결국은 두 값의 곱인 곡률도 양수가 됩니다. 만약에 어느 점에서 곡선을 그리더라도 모두 안으로 오목하게 그려지는 곡면이 있다면 최대곡률로 음수이고 최소곡률도 음수이므로 곡률은 양수가 됩니다.
144~146. 리만이라는 수학자는 이런 곡률을 이용하여 공간을 휘어지는 정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리만은 이중 곡률이 0으로 일정한 공간, 음수로 일정한 공간, 양수로 일정한 공간을 강조하였는데요, 이러한 공간들이 바로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설명해 주는 모델이 됩니다. 곡률이 일정한 공간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성립하는 공간으로 우리가 보통 다루어 온 휘어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곡률이 음수로 일정한 공간은 쌍곡 기하학이 성립하는 공간으로 일정한 비율로 안쪽으로 휘어진 공간입니다. (중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곡률이 양수로 일정한 공간은 구면 기하학이 성립하는 공간으로 일정한 비율로 밖으로 휘어진 공간입니다.
_ 송정화, <로바체프스키가 들려주는 비유클리드 기하학 이야기>, 자음과모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