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은이 이글턴이 마르크스주의자이자 기독교인이다. 그는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계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이 원초적 환경이 그대로 그의 정신세계의 뼈대가 된 셈이다.”
2. “<영국 조류도감>을 어쩌다 좀 들여다봤다고 해서 생물학의 심원한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착각하는 사람의 오만”은 “어떤 소설에 대해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무서운 부분도 있는데 끝에 가서는 무척 슬프다는 식의 평을 해놓고는 문학비평가를 자임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종교는 오만하게 거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끈질기게 해독해야 할 대상이다.”
3. “좌파 불가지론자들이 신구약 성경과 관련하여 지적으로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이유는 상대의 주장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을 피하지 않는 것이 의롭고 정직한 태도여서일 뿐 아니라, 거기에서 인간 해방을 위한 소중한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좌파가 대체로 거북스러워하며 침묵으로 일관해 온 중요한 문제들, 예컨대 죽음과 고통, 사랑, 자기 비우기 즉 자기포기 등의 주제들이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서 폭넓게 다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제 정치적으로 머뭇거리며 꽁무니를 빼던 태도를 버릴 때가 됐다.”
4. “자본주의 옹호자들이 경건한 태도로 뭐라고 주장하든 간에, 현실에서 드러나는 물질적 행태와 거기에 내재된 가치관과 신조들은 신을 부정한다.” 예수는 “성경에서 ‘아나빔’이라 부르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연대한” 죄로 “고문받고 처형당한 정치범”이다. “로마는 정치범만을 십자가에서 처형했다.”
5. “사회주의와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역시 기독교 신앙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일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핵심 메시지는 상당 부분 겹쳐진다. 기독교 신앙은 ‘사회주의 이상’의 것이지 ‘사회주의에조차 못 미치는’ 어떤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