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년간 프랑스 음악 잡지 ‘레쟁로큅티블’ 구독자였고 대학교 3, 4학년 땐 친구들과 대학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느라 공부를 안 하는 통에 낙제할 뻔했다. 당시 난 여전히 록 애호가였지만 내 취향은 일렉트로니카, 힙합, 현대음악 등으로 다양하고 넓어졌다.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새로운 음악에 관심을 가지며 거의 매주 공연을 보러 다녔다. 이처럼 음악 없는 일상생활이란 내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몇 년 간은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을 망각해버린 듯 살았다. 하도 바빠서. 한국에 오면 당연히 벨기에에서보다 급박한 생활을 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바쁘게 지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서울 생활은 브뤼셀에서보다 2배 정도 격렬하고 빨라졌다. 주중엔 야근이 기본이었고 주말엔 휴식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노느라 정신없었다.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틈틈이 한글 공부에도 몰두해 봤고. 새로운 인생에 푹 빠진 나는 내 삶 속에서 갑자기 드물어진 음악이 이상하게도 전혀 그립지 않았다.”(림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