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는 오사카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이 되기 전 부모를 잃고, 백내장으로 시력을 상실한 할아버지와 함께 어둡고 고독한 성장기를 보냈다. 종일 멍하니 벽을 응시하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와 살았던 때 기억이 가와바타의 삶을 지배했다. 살을 에는 듯한 무감각한 시선,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 냉정함, 신비롭기까지 한 싸늘하고 허무한 세계관은 그때 이미 만들어진 것이었다. 첫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