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이 지목한, 시인 강정의 호방함. “나는 미끄덩한 길의 끝에 음부를 꽂은 채 / 몸안으로 뻗치는 길의 가지들을 느낀다’(<천둥의 자취> 중 일부)
김진석 : 강정의 도깨비 같고 귀신 같은 시들은 싸움, 말싸움과 몸싸움의 기록이다. 귀신들과 한판 붙는 것도 힘들지만, 서정과 서사와 싸우는 것도 힘든 일이다.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이러쿵저러쿵하는 서정과 서사와 드잡이하기. 보통을 서정과 서사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에 닿고 서로를 사랑한다. 그런데 ‘나’는 “서로 닿지 않는 영역에서 전력을 다해 자신을 지우는 게/ 사랑이다, 라고 나는 쓴다”(「소리의 동굴」). ‘마지막 말’을 꿈꿀 만하다. 서정의 예쁜 언어도 버리고, 서사의 착한 이야기도 버리고, 끝장이라는 난장을 벌이기. 언어가 만들어낸 허깨비들 틈 사이로 비집고 드러나는 도깨비를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