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문장을 읽으며 하루키의 말이 떠올랐다. _

“전 글쓰는 법 같은 걸 누구한테 배운 적이 없고, 딱히 공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디서 글 쓰는 법을 배웠느냐 하면 음악에서 배웠거든요. 글에 리듬이 없으면 그런 거 아무도 안 읽습니다. 읽는 이를 앞으로, 앞으로 보내는 내재적 율동감이랄지 …… 기계 설명서는 비교적 읽기 괴롭잖습니까? 그게 리듬이 없는 글의 한 전형입니다. 새로운 작가가 나왔을 때, 이 사람은 남을지 아니면 머잖아 사라질지 하는 건 그 사람이 쓰는 글에 리듬감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대개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문학비평가는 제가 보기에 그런 부분에 별로 주목하지 않더군요. 글의 정밀함, 말의 새로움, 이야기의 방향, 테마의 질, 수법의 재미, 그런 걸 주로 다룹니다. 그렇지만 리듬이 없는 글을 쓰는 사람은 문장가의 자질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것뿐입니다만.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문단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 문장부호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깁니다. 폴리리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음악과 마찬가지인 겁니다.”(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