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심도와 지평이 자라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황현산 선생보다 잘 표현할 힘이 없어 <밤은 선생이다> 한 대목을 옮겨 적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_ 황현산, <밤은 선생이다>, 난다, 2013, 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