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기 전에 길은 제 길을 밟고
사라져 버리고, 길은 마른 오징어처럼
퍼져 있고 돌이켜 술을 마시면
먼저 취해 길바닥에 드러눕는 愛人,
나는 퀭한 地下道에서 뜬눈을 새우다가
헛소리하며 찾아오는 東方博士들을
죽일까봐 겁이 난다

_ 이성복, “出埃及”,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