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들에게 각인된 인지도 높은 기자는 없었던 것일까? 기자라는 직업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내보이는 건 아닐까 고민하며 떠올렸던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저널리즘은 이제 글쓰기 작업이 아니다. 글쓰기만으로는 저널리스트의 생명을 이전처럼 이어가기 힘들다. ‘대중 앞에서 말하기’가 저널리즘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종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로 사회 이슈의 최종 전달자는 평론가, 변호사, 작가들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기자가 아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해 이슈를 파고드는 그들은 결국 저널리스트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미 김어준씨나 김용민씨는 스토리텔러로서 대중의 마음을 얻고 지상파 방송까지 섭렵하고 있다. 왜 이들이 저널리스트가 아닌가?

둘째, 이제는 저널리즘도 글쓰기가 아닌 콘텐츠 프로듀싱이다.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제작 스튜디오와 사무실서 실감하는 건 대학생 인턴이 우리 두세 명 이상의 몫을 감당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글과 생각의 깊이로 비교하자면 우리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겠지만 콘텐츠 제작과 생각의 창의성에서 우리는 아무래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가 콘텐츠 제작에서 이렇게 계속 떠밀린다면 그들과 우리 중 누가 저널리스트로서 생존해 남을 것인가? 이는 방송사에서 해직 당한 뒤에도 콘텐츠 기획제작자로서 자리를 굳힌 최승호 PD나 이상호 기자의 사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두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는 보도자료이다. 깔끔히 정리된 보도자료, 그리고 부수적으로 필요한 몇 가지를 얹어주는 백브리핑, 거기에 발로 뛰는 수고를 덜어주는 포털 검색은 기자들이 현장 경험을 넓히고 사회 이슈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걸 막고 있다. 홍보를 원하는 기관이 만든 보도자료를 읽고 그 기관 사람에게 추가 설명을 부탁하고 취재가 끝나는 기자들의 매너리즘이 기자 스스로의 권위를 침몰시키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당연 출입처이다. 출입처에서 만난 지식과 경륜이 뛰어났던 숱한 동료기자들을 기억한다. 늘 취재에 앞서 가며 경쟁자를 주눅들게 만들던 그들은 어디론가 가고 없다. 출입처를 배정받을 연배를 지나면 논설위원실 행이고 거기도 아니면 어디에선가 목표를 잃은 위성처럼 궤도를 그저 돌고 있는 것인가?

기자는 기자면 된다고 자부심과 긍지를 추슬러보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미술관의 조형물이 아니다. _ 변상욱, CBS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