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장에서 면도날이 쓱 지나가는 글이 좋아요. 시인만 언어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기 언어는 거칠게 쓰고 남의 언어엔 민감하게 반응해요. 상처 준 건 모르고 상처받은 것만 알죠.

“시인은 의사소통 목적으로 언어를 쓰지 않아요. 사회적 언어가 해결하지 못하는 진실의 영역에 촉수를 뻗어요. 언어에 대한 의심과 반감을 지니고서요. 하나의 기호에 불과한 언어를 맹신하거나 사회적 언어에만 기대고 살면 얼마나 많은 진실을 놓치는가를 보여 주는 사람이 시인이에요.” “시는 언어를 극도로 숭배하면서 극도로 미워해야 쓸 수 있어요. 기술과 긴장감이 몸에 배어 있어도 끊임없이 자기를 갱신하지 않으면 금세 후져지는 게 시예요. 시의 세계는 노련함과 숙련미가 무가치한 세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