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교통민원 24
59. 시간을 맞춰둔 내 해밀턴 손목시계를 흘끗 보니 앞문이 내려진 것은 6시 반 지나서다. 내겐 콘탁스가 두 대 있는데 그중 하나에는 필름이 장전되어 있다. 그것들은 새 필름들과 함께 방수백으로 대충 보호되어 있다. 나는 배 바닥을 뒤덮은 토사물 더미 사이로 살살 움직인다. 주변에 비 오듯 쏟아지는 함포 사격으로 귀가 먹먹하고, 멀리는 기관총 쏘아대는 따다닥 소리가 들린다. 나는 네모상자에 달라붙는다. 찰칵. 너는 진짜로 여기 있는 게 아니야. 찰칵. 나는 거리를 어림잡아 초점을 맞추고, 두 손은 걷잡을 수 없는 경련으로 덜덜 떨린다. 찰칵. 뷰파인더에 눈을 딱 붙이고 있어, 제기랄! 이건 배 안에서 토하던, 방금 본 그 녀석이 아니야. 되밀려오는 파도에 내장이 둥등 뜬 채 흔들리는 건 그가 아니야. 찰칵.
81. 파리에서 내 생활 시간표는 뻔하다. 랑카스터 호텔이나 다른 고급 호텔 방에서 느지막이 기상, 뜨뜻하고 어여쁜 여인의 등판을 감상, 끝없이 긴 매일의 목욕, 그날 치 신문 보기, 매그넘을 위한 취재 아이디어, 선술집에서 경마지 정독, 현안에 대해 매그넘 에이전시에 전화, 가벼운 점심, 여자 만남, 롱샹 경마장에서 오후 늦게 경마 관람, 지나가다 들른 친구들과 바에서 한잔, 맛집에 가서 저녁 식사, 포커 혹은 사랑의 밤, 때론 이 둘 다. 나는 갓 마흔이고, 이렇게 쾌락주의자의 가면을 쓰고는 있지만 내심은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 남은 일생 무엇을 할 것인가? <홀리데이>의 요청을 받아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이 노릇을 계속해? 도박에서 잃은 돈을 메꾸려고 돈을 좇아 뛰어다녀? 애착도 미래도 없는 여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 아침마다 카파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기엔 가면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제 비우는 술잔마다 게르다의 부드러운 얼굴이 어른댄다.
_ 플로랑 실로레, <로버트 카파, 사진가>, 포토넷,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