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미치 도모노부, <단테 신곡 강의>, 안티쿠스, 2008.

8~9.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신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인류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신곡>이다.

15. 오늘날 ‘클라시쿠스’는 ‘고전적’, ‘프롤레타리아’는 ‘노동계급’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이 두 단어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옛 로마 문화에서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단어였으며, 생각해 보면 ‘프롤레타리우스’라는 형용사는 서글픔이 깃든 말이기도 하다.

23. 오늘날 우리는 그림을 예술작품으로 감상하지만 석기시대 사람에게는 거기 그려진 대상을 상처 입히는 의식 없이는 사냥을 나갈 수 없는 주술 도구였다. 기드온은 ‘회화는 무기였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31. 그리스 신화 전설에 예술의 여신 무사는 기억의 여신 므네메가 어머니라는 계보가 있다.

37. 내가 1984년, 실스마리아에서 열린 니체 학회에서 “시인이 시를 창조할 때는 das-In-dem-Gott-Sein(신 안의 존재)이다”라고 하고, 베를링거가 무척이나 기뻐했다.

58. 플라톤이 <국가>에서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시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유소년 교육에 관련된 내용임을 착오 없이 읽어야 한다.

59. 키케로는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인 아테나이로 유학을 가서 그 땅의 문화를 충분히 호흡했다. 그리하여 그리스 어에는 추상명사가 풍부하며 그로 인해 논리적인 사고가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65. 아우구스투스는 … 베르길리우스에게 그리스에 뒤지지 않는 서사시 창작을 위임했다. (중략)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신화를 창조했다. 트로이아 성 함락 당시, 영웅 한 사람이 살아남아 트로이아의 재기를 도모한다. 그 영웅이 바로 아이네아스이다.

84. 노스탤지어라고 하더라도 과거로의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노스탤지어인 것이다. 희망이 없어서는 안 되는, 또 그 희망은 단순한 환상과는 달리 온갖 곤란과 싸우며 실현해 가야만 하는, 그러한 미래로의 향수이다. 바로 이 점이 단테가 호메로스가 아닌 베르길리우스를 스승으로 공경한 특별한 이유였음을 밝혀 두고 싶다.

85. 단테는 태어난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후,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이 진정으로 동경했던 장소로 정신을 향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것은 천국이었다.

98. 신앙에 행위가 동반되지 않으면 악마의 신앙이 된다 - 이토록 훌륭한 말이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의 편지 속에 들어 있다.

122~123. 단테(1265~1321)는 1300년에 ‘프리오레(priore)’라는 중요한 직위에 선출된다. (중략) 피렌체의 정세는 복잡했다. 단테가 정계에 들어섰을 당시, 피렌체는 교황을 지지하는 겔프 당이 지배했지만, 이 당이 다시 흑당과 백당으로 나뉘었고, 흑당은 교황과 백당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해 백당에 속했던 단테는 결석재판에서 세금 사용에 관련된 독직죄와 도시와 황제에 대한 음모죄를 선고받고 벌금과 2년간의 추방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단테는 이 판결이 부당하다며 당국의 출두명령에 응하지 않아 결국은 극형에 처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단테는 1302년에 사형을 선고받았고, 피렌체에서 체포되면 처형(화형)되기 때문에 그곳을 탈출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사실상 피렌체에서 영구 추방되었다.

130. “인생길 한가운데에,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지옥편 제1곡의 첫 3행)

177. 주의해야 할 사항은 지옥문은 현실 세계에서 몇 단계 더 내려간 지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테가 길을 잃고 헤맨 숲의 저지대, 즉 지상에 있다는 묘사이다. … 지옥문은 현실 세계와 동일한 평면에 있다. 이 의미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지옥문이 지하가 아니라 이 세상, 숲을 벗어난 황량한 벌판에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 두어야 한다.

181~182. “나를 지나는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의 무리에 이른다. / 정의는 지고하신 주를 움직이시어, / 신의 권능과 최고의 지와 / 원초의 사랑으로 나를 만들었다. / 나를 앞서는 피조물이란 / 영원한 것 뿐이며 나 영원히 서 있으리. /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지옥편 제3곡의 첫 9행)

186. 소위 사회 표면에 떠다니는 거품 같은 문화인만 도울 게 아니라 … 그런 책은 안 팔린다거나 학자의 자기만족이라며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기 전에 진정한 것을 분간할 수 있는 눈과 모조품을 잘라 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진정한 것을 살리는 기상을 길러 가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문화일 것이다.

194. 지옥에서는 죽음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지옥의 영원한 고통은 그곳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 그러나 자살에는 아직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희망, 즉 ‘죽음의 희망’이 있다. 그것마저도 없는 상태가 지옥이라고 단테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196~197. <생각하는 사람>에는 ‘멜랑콜리’라는 당시 르네상스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멜랑콜리(憂鬱質)는 어둡고 건조하고 차가운 노인의 기질인데, 로댕은 이 노인의 기질 속에 최고의 천재, 창조성이 있다는 사상을 받아 들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는 멜랑콜리에 의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로댕은 무슨 이유인지 그것을 <지옥문> 위에 놓았습니다. 이것은 그의 독창성이었습니다.

231~232. 타인에 대한 폭력인 살해나 약탈뿐 아니라, 신에게서 받은 생명을 스스로 없애는 자살도 자신에 대한 폭력으로 무거운 죄가 된다. 따라서 자살한 사람들은 … 모두 움직일 수 없는 나무로 변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단테가 나뭇가지를 꺾자 ‘검은 피’가 흘러나온다.

290~291. 단테는 ‘별(le stelle)’을 중요시해서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모두 마지막은 별(stelle)로 끝맺는다. … 시는 모두 3행으로 구성된 연(스탠자, stanza) 단위로 썼고 각각의 행은 11음절이므로 각 연은 모두 33음절이다. 게다가 <신곡> 전체는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되었고, 각 편이 신곡 총서인 지옥편의 제1곡을 제외하면 모두 33곡(칸토, canto)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제1곡이 proemio generale(총서)이므로 제2곡부터 지옥편의 서(序)가 시작되고 이를 포함한 33곡으로 끝나므로, 지옥편의 노래(칸토) 수는 34가 되고 지옥편 마지막 노래는 제34곡이다. 여기에 연옥편과 천국편의 각 33곡을 덧붙이면 34곡과 66곡이므로 정확히 100곡이 되고, 이 100은 완전수라고 일컬어지므로 <신곡>은 성스러운 숫자 3과 완전수 100으로 구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