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마슈레(Pierre Macherey, 1938~)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는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스피노자의 독자였던] 헤겔을 읽음으로써 헤겔의 관념론적 변증법과 구분되는 유물론적 변증법을 사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목적론’과 ‘진화주의’라는 근대 철학의 기본 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헤겔이 속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범하고 있는 해석상의 오류 -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속성들을 지성이 절대자를 반성하는 외적 형식으로 간주하고, 속성들은 두 개(사유와 연장)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속성들 사이의 관계를 외재적 대립관계로 해석하고, 속성들과 실체의 관계를 퇴락하는 이행의 관계로 해석하는 것 - 는 부정적인 매개의 운동을 통해서만 무한자의 구체적인 보편성과 유한자의 실재성을 얻을 수 있다는 헤겔의 관념론적 변증법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마슈레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4부에서는 ’부정’과 ‘규정’의 관계가 논의되며, 여기에서 쟁점은 스피노자에서 유한자의 실재성을 어떻게 긍정할 수 있는지, 따라서 무한자의 구체적 보편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1부. 헤겔, 스피노자의 독자25
실체의 관점26
시초의 철학37
체계의 재구성46

2부. 기하학적 방법에 따라59
헤겔과 방법60
방법에 대한 스피노자의 재평가75
원인에 의한 인식92
적합한 관념과 부적합한 관념102

3부. 속성의 문제127
속성 개념의 애매성128
속성들의 실재성141
속성들의 상이성156
자신의 속성들 안에서 실체의 구성165
‘사물들’의 질서와 연관172
속성의 문제에서 헤겔의 오류177

4부. 모든 규정은 부정이다183
스피노자의 부정주의186
무기력한 변증법199
유한과 무한207
규정230
무한 양태들238
대립이 아닌 차이262
독특한 본질들275
힘과 코나투스298
목적론325

부록341

대체 왜 그들은 스피노자에 열광하는가.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을 꼽으라면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 구조주의 운동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지만, 얼마간 다른 맥락에서 파악되고 평가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스피노자 연구의 르네상스를 꼽을 수 있다. 구조주의 운동보다 약간 늦게 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랑스의 스피노자 연구는 지난 30여 년 동안 양과 질 모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알튀세르와 들뢰즈는 훨씬 더 일관되게 스피노자 철학에서 자신들의 철학적 작업의 기초를 모색하고 있었으며, 푸코 같은 경우는 부분적으로 스피노자의 작업을 수용하지만, 이는 늘 암묵적이고 모호한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들뢰즈와 푸코의 결별은 ‘이론적 반인간주의’에 대한 입장차에 있다. <성의 역사>에서 배어나듯, 후자는 인간을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