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를 따져보기 위해, 한국롯데 지분구조를 살펴보자.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대부분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롯데캐피탈·롯데건설·롯데물산 등 여전히 많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1대 주주, 2대 주주가 일본 광윤사(5.45%)다.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인 호텔롯데는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롯데는 일본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등과 손잡으면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을 위한 ‘발판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매 기업 1순위에 오른 유니클로를 보면, 유니클로 한국법인 FRN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무인양품 한국 합작법인 무인코리아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 롯데칠성음료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에 더해 롯데는 일본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미쓰이 등과 손잡고 사업을 벌이면서 수천억원 배당을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베 신조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라는 보복 카드를 꺼내들면서 불거졌다. 일본 당사자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2018년 10월30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 뒤에도 사과와 이행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6년 미쓰비시케미칼과 손잡고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롯데MCC를 세웠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만든다. 미쓰비시케미칼(옛 미쓰비시화성공업)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여한 혐의로 전범기업으로 분류된 곳이다. 롯데MCC는 2018년 순이익 1748억원 가운데 배당금만 1400억원에 이르렀다. 롯데케미칼은 미쓰이화학과도 50 대 50 합작사를 만들어 국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불매운동을 맞아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15년 11월28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시게미쓰 사토시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시게미쓰는 노무라증권을 다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신동빈 회장 역시 노무라증권, 컬럼비아대학 MBA를 거친 뒤 한국 롯데 회장을 맡았다. 시게미쓰는 올해 33살로, 한국으로 귀화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처럼 38살 이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병역의무에서 벗어난다.